현대인에게 중요한 자원은 돈과 시간인데, 과거에는 돈이 시간보다 중요했다. 그러니까 시간을 들여서 돈을 절약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돈과 시간이 동등하게, 어쩌면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해지면서, 돈을 쓰더라도 내 시간을 더 갖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처럼 돈뿐만 아니라 시간 역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는 다양한 영역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시성비가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주는 서비스에 지갑을 열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는 중고상품 거래뿐 아니라 이색 알바 자리가 거래 아이템으로 자주 올라오고 있다. 동네 유명맛집줄서기, 자녀 등하교 라이딩, 강아지 산책시켜주기 등 시간을 아껴주는 대행 업무다. 다급하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자투리 시간에 부업을 하려는 욕구도 늘어나는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분초사회의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을 조각내 철저하게 모듈화한다. 시간 단위를 조밀하게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반차를 넘어 '반반차', '반반반차'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보통 하루를 통으로, 또는 반으로 나눠 (반차) 쓰는 연차를 아예 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근무 중 은행 업무를 처리하거나, 병원을 다녀오는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휴무를 유연하게 사용한다. 혹은 아예 '짬PT', '틈새PT', '세미PT' 등 점심시간에 30분에서 50분가량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시간을 촘촘한 모듈로 구성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분초사회의 도래가 단순히 시간의 양적 흐름만 단축시킨 것은 아니다. 시간의 질도 중요해지며, 시간 사용의 밀도를 높이고자 한다. 시간의 단위를 쪼개면, 숨겨져 있던 사각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시간 사용의 틈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통에 큰 돌을 넣고 그다음에 작은 자갈, 그리고 모래순으로 채울 때, 모래가 돌과 자갈 사이의 공간을 찾아 통을 촘촘히 메우는 것과 같은 원리다. 큰 시간과 작은 시간이 공존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여러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시간의 저글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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